민원의 공포에 소외 받는 장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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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햇빛촌 조회 17회 작성일 26-05-11 13:13본문
“쇠사슬 그네와 친절한 협박 사이에서”
[기고] 장애아 학부모 문호재
기자명기고/문호재 입력 2026.05.11 12:00
탈의실에서 아이들이 서로 몸을 부딪치면서 싸우기 쉽고, 서로 너는 몸매를 품평하면서 그것이 학교폭력으로 이어진다고. 또 물속에서 너무 동작이 크면 다른 아이들을 치게 되고 그게 여자아이라면 그것도 성폭력이라고 했다. 너무 많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풀에 들어가 위험하고 부산스러우며 정신없어서 사실상 교육으로서 의미가 없고 효과가 없어 반대한다고도 했다.
본래 특수학생 앞으로 그러한 외부활동을 위한 보조 인력을 교육청에서 지원할 수 있게 되어있으나 처음부터 그 사실을 몰랐고, 학교측에서는 안전을 이유로 ‘교실 내 대체활동이 어떻겠느냐’고 권유했다.
나는 아이를 위해 다녀오겠다 고집했고 결과적으로 내가 아이의 보조 교사가 되어 풀에 들어가 수업을 도왔다. 결과는 잘 다녀왔고, 폭력적이거나 위험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이의 학교 교육은 언제나 불안하고 조심스럽다. 나는 늘 죄송하다, 잘못 가르친 부모의 죄라며 머리 조아리고 사죄해 왔다.
학교는 모든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 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혹시라도 다칠까, 혹시라도 사고가 생길까 전전긍긍하다보니 일어나지 않은, 예상하지 않은 일들을 상정한다.
최근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으로 학교의 야외 활동이 금지되는 추세라고 들었다. 내 아이의 잘못으로 타 학생의 활동이 어렵다면 말도 안되는 일이라 여기겠지만, 학교는 언제나 한발 먼저 나선다.
작년, 아이의 문제행동으로 인해 행동교정을 받아 특수교육청에서 파견된 장학사의 방문을 받았다. 여러 가지 아이 행동의 기록지를 보여주었으나 장학사는 이렇게 말했다. “약을 먹이세요.”
나는 “먹이고 있습니다”라고 했고, 장학사는 “그럼 안 맞으니 약을 바꾸세요”라고 했다.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건 많은 특수아동 학부모가 선택하는 하나의 방법이지만, 약 복용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건 아니다. 때로 부작용으로 잠을 못 자거나, 너무 많이 자거나, 더 울거나 더 흥분하는 일도 있다. 우리는 그래도 효과가 있는 약을 찾기 위해 병원을 다니고 상담을 받고 아이를 자제시키고 사정하면서 노심초사한다.
학교에서 전화가 오지 않는 날은 우리 ‘특수아동 학부모’들 사이에서 ‘계탄 날’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그 강도와 빈도가 요새 들어 더 커지고 잦아진 건 사실이다.
위험한 일이 일어나기 전에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과하게 자제를 요청하는 그 부탁은 어느샌가 나에게 협박과 비슷한 압박감이 되었다.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안된다’ 였고 이유는 ‘위험해서’ 였고, 그다음이 ‘민원이 들어올까봐’였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해야 할 공간은 어느새 위험이 도사리는 곳으로 변했고, 거기서 무언의 압박을 받는 존재는 우리 아이 같은 특수아동일 때가 많다.
혹시라도 생길지 모르는 사고에 대해 책임과 부담은 늘 교사에게 지워진다고 했다. 정교사들은 위축되고 거부하며 부담을 느낀 나머지 피하고 제지 시킨다.
반면 아이가 제대로 수업조차 이해하지 못하는데도 단원 평가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요를 한다. 시험이라는 제도가 낯설어 거부한다고 하자, 그래도 아이의 권리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야 한다고 했고, 이러한 제도에 대해 수많은 특수아동 학부모가 반대 청원을 벌이고 있다.
작년에 찍은 놀이터 사진. 모든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저 그네는 이제 누구도 이용할 수 없다. ©문호재
작년에 찍은 놀이터 사진. 모든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저 그네는 이제 누구도 이용할 수 없다. ©문호재
작년에 찍은 놀이터 사진이 있다. 모든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그네는 이제 누구도 이용할 수 없다. 저렇게 묶어 놓은 이유는 ‘위험하거나, 민원 들어올까 봐서’이겠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도 이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모든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학교의 태도는 바른 것이지만, 일어나지 않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공통의 놀이기구를 쇠사슬과 자물쇠로 잠가놓은 것이 과연 올바른 교육일까. 아이들은 장애, 비장애 통합 놀이기구인 그네에 올라가 보지도 못하고 거대한 쇠사슬로 묶여있는 모습만을 보게 된다.
장애아는 어디서나 평등하고 똑같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시작도 하기 전에 은근하지만 거부하기 힘든 압박을 받고, 사용도 해 보기 전에 거친 쇠사슬로 꽁꽁 묶여있는 놀이기구에 발을 돌려야 하고, 문제 행동에 있어 ‘약’부터 권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통합교육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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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애아 학부모 문호재
기자명기고/문호재 입력 2026.05.11 12:00
탈의실에서 아이들이 서로 몸을 부딪치면서 싸우기 쉽고, 서로 너는 몸매를 품평하면서 그것이 학교폭력으로 이어진다고. 또 물속에서 너무 동작이 크면 다른 아이들을 치게 되고 그게 여자아이라면 그것도 성폭력이라고 했다. 너무 많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풀에 들어가 위험하고 부산스러우며 정신없어서 사실상 교육으로서 의미가 없고 효과가 없어 반대한다고도 했다.
본래 특수학생 앞으로 그러한 외부활동을 위한 보조 인력을 교육청에서 지원할 수 있게 되어있으나 처음부터 그 사실을 몰랐고, 학교측에서는 안전을 이유로 ‘교실 내 대체활동이 어떻겠느냐’고 권유했다.
나는 아이를 위해 다녀오겠다 고집했고 결과적으로 내가 아이의 보조 교사가 되어 풀에 들어가 수업을 도왔다. 결과는 잘 다녀왔고, 폭력적이거나 위험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이의 학교 교육은 언제나 불안하고 조심스럽다. 나는 늘 죄송하다, 잘못 가르친 부모의 죄라며 머리 조아리고 사죄해 왔다.
학교는 모든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 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혹시라도 다칠까, 혹시라도 사고가 생길까 전전긍긍하다보니 일어나지 않은, 예상하지 않은 일들을 상정한다.
최근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으로 학교의 야외 활동이 금지되는 추세라고 들었다. 내 아이의 잘못으로 타 학생의 활동이 어렵다면 말도 안되는 일이라 여기겠지만, 학교는 언제나 한발 먼저 나선다.
작년, 아이의 문제행동으로 인해 행동교정을 받아 특수교육청에서 파견된 장학사의 방문을 받았다. 여러 가지 아이 행동의 기록지를 보여주었으나 장학사는 이렇게 말했다. “약을 먹이세요.”
나는 “먹이고 있습니다”라고 했고, 장학사는 “그럼 안 맞으니 약을 바꾸세요”라고 했다.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건 많은 특수아동 학부모가 선택하는 하나의 방법이지만, 약 복용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건 아니다. 때로 부작용으로 잠을 못 자거나, 너무 많이 자거나, 더 울거나 더 흥분하는 일도 있다. 우리는 그래도 효과가 있는 약을 찾기 위해 병원을 다니고 상담을 받고 아이를 자제시키고 사정하면서 노심초사한다.
학교에서 전화가 오지 않는 날은 우리 ‘특수아동 학부모’들 사이에서 ‘계탄 날’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그 강도와 빈도가 요새 들어 더 커지고 잦아진 건 사실이다.
위험한 일이 일어나기 전에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과하게 자제를 요청하는 그 부탁은 어느샌가 나에게 협박과 비슷한 압박감이 되었다.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안된다’ 였고 이유는 ‘위험해서’ 였고, 그다음이 ‘민원이 들어올까봐’였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해야 할 공간은 어느새 위험이 도사리는 곳으로 변했고, 거기서 무언의 압박을 받는 존재는 우리 아이 같은 특수아동일 때가 많다.
혹시라도 생길지 모르는 사고에 대해 책임과 부담은 늘 교사에게 지워진다고 했다. 정교사들은 위축되고 거부하며 부담을 느낀 나머지 피하고 제지 시킨다.
반면 아이가 제대로 수업조차 이해하지 못하는데도 단원 평가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요를 한다. 시험이라는 제도가 낯설어 거부한다고 하자, 그래도 아이의 권리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야 한다고 했고, 이러한 제도에 대해 수많은 특수아동 학부모가 반대 청원을 벌이고 있다.
작년에 찍은 놀이터 사진. 모든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저 그네는 이제 누구도 이용할 수 없다. ©문호재
작년에 찍은 놀이터 사진. 모든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저 그네는 이제 누구도 이용할 수 없다. ©문호재
작년에 찍은 놀이터 사진이 있다. 모든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그네는 이제 누구도 이용할 수 없다. 저렇게 묶어 놓은 이유는 ‘위험하거나, 민원 들어올까 봐서’이겠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도 이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모든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학교의 태도는 바른 것이지만, 일어나지 않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공통의 놀이기구를 쇠사슬과 자물쇠로 잠가놓은 것이 과연 올바른 교육일까. 아이들은 장애, 비장애 통합 놀이기구인 그네에 올라가 보지도 못하고 거대한 쇠사슬로 묶여있는 모습만을 보게 된다.
장애아는 어디서나 평등하고 똑같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시작도 하기 전에 은근하지만 거부하기 힘든 압박을 받고, 사용도 해 보기 전에 거친 쇠사슬로 꽁꽁 묶여있는 놀이기구에 발을 돌려야 하고, 문제 행동에 있어 ‘약’부터 권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통합교육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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